
파가니니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12번 마단조
몇년전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때까지 다루기 힘든 정치적 시대상과 광주사태, 그리고 주인공들의 운명적인 삶의 모습 등 모든 것이 적절히 융화되었던 드라마로 당시 전 국토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모래시계 때문에 유명해진 정동진과 같이 많은 사람의 귀에 익숙해진 음악으로 애수에 넘친 선율이 있었으니 바로 파가니니의 Sonata for Violin and Guitar No.12 in E minor Op.3, 해석하자면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12번 마단조 작품3" 입니다. 아마 이 음악을 들으면 드라마의 몇몇 장면이 생각 날지도...
이 곡은 다른 소나타 곡들과는 달리 기타를 이용하여 반주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나타 곡들이 피아노를 이용하여 반주를 하도록 작곡 되어 있기 때문인데, 어쩌면 반주의 악기로 기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파가니니가 바이올린 뿐 아니라 기타 연주에도 상당한 실력자였다는 것을 반증 하는 것이기도 하다. 가끔씩 이 곡은 피아노 반주로 연주되곤 하는데, 개인적인 느낌은 피아노 반주보다 기타 반주가 보다 더 듣기에 편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물론 기타를 이용하게끔 작곡 되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악기의 구조상 기계적으로 현을 때려 음을 만드는 피아노 소리 보다는, 사람의 손으로 직접 현을 어루만져 음을 만드는 기타의 소리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타는 다른 어느 악기보다 연주자의 가슴 가까이에 악기를 감싸 안아야만 연주될 수 있기 때문에 보기에도 가장 사랑스런 느낌을 받는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곡은 흔히 깊이가 없고 심오하지 않다는 비평가들의 말을 듣고 있으나 오히려 내 생각엔 클래식과 친해지기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멜로디가 아주 선명하여 듣기에 편안하고 애수어린 바이올린 소리는 한국인의 정서에 잘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파가니니의 소나타 중 기타는, 바이올린을 위해 반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기타가 당당히 이곡의 주인공이 되어 독주로 연주합니다.. 갠적인 생각이지만, 바이올린 반주로 기타가 주인공인 된다면, 이전에 바이올린을 위해 반주하던 연주 몹지않는 아주 아름다운 연주가 되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 해 봤습니다.
Niccol Paganini 1782∼1840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태어나 프랑스 니스에서 58세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19세기 최대의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였습니다 . 그는 연주자겸 작곡자로 특히 그의 바이올린 활 놀림은 뛰어나고 현란해서 “악마의 바이올린 연주자” 혹은 “바이올린의 귀신” 이라 불리워 졌다. 음악가 중에서 그만큼 믿거나 말거나 식의 갖가지 전설을 많이 남긴 사례도 드문데, 그런 괴이한 전설들을 그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파가니니는 매우 보기 드문 특이한 음악가였다고 한다.
파가니니는 역사상 드물게 보는 귀재로 불가능을 모르는 뛰어난 기교와 마력을 갖고 있었으며, 그의 바이올린 음악은 그의 바이올린 음악은 슈만, 쇼팽, 베를리오즈,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등의 낭만파 음악가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파가니니는 자신이 편애하는 악기인 기타, 비올라, 특히 바이올린용 곡만 작곡하였다. 파가니니가 잘 사용 하는 기법은 스타카토와 레가토의 절묘한 대비, 하모닉스의 효과, 왼손의 피치카토, 플레젤레트, 스코르다투라 등으로 당시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절망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뛰어났다고 한다. 파가니니는 어려서부터 바이올린뿐만 아니라 기타도 훌륭하게 다룰 줄 알았다.그는 애정 도피생활 동안 기타와 바이올린을 위한 사랑의 2중주를 애인에게 헌정하기까지 했으며, 이동안 6곡의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 기타 4중주곡을 작곡, 연주하였다
파가니니를 표현한 당시의 문헌을 보면 그의 외모는 깡마르고, 키가 크며, 검은색의 강한 곱슬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는 청중들을 사로잡기 위하여 일부러 별난 복장에 괴팍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괴짜여서 그의 연주하는 모습은 바로 악마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한 예로 그는 연주 도중 줄이 끊어져도 당황하기는커녕 남은 줄로 쉬지 않고 연주를 계속 했고 나중에는 일부러 바이올린 줄을 하나씩 끊고 나머지 한 줄만으로 연주 하는 묘기도 보였다.
당시의 만화 중에 파가니니가 줄 한쪽 끝을 발가락에 매고 다른 한쪽 끝은 입에 문 채 활로 켜는 모습을 그린 것도 있었다고 하니, 세상의 모든 지식을 위해서 자신의 영혼을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악마에게 팔아버렸던 파우스트 처럼.. 파가니니도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팔았다고 소문이 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의 니스에서 58년의 생을 마친 파가니니는 그의 삶처럼 죽음 또한 곱지 않았다. 그는 임종 때 종교적인 의식을 거절하는 등 반종교적인 행태를 보였다고 하는데, 파가니니의 그런 어처구니 없는 행동에 화가 난 니스의 대주교는 그 곳에 그를 묻기를 거절했으며, 고향 제노아의 사람들도 "악마를 우리 고을에 묻을 수 없다."고 역시 매장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그의 관은 저장실에 보관되어 있다가 5년 후에야 이탈리아 파르마 당국의 허가를 얻어 겨우 묘지에 묻혔다.
하지만 파가니니의 신들린 바이올린 연주솜씨는 단순히 그가 바이올린의 천재여서 나온 능력이 아니라,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바이올린을 연마 했었던 그의 피땀어린 노력에 의해 나온 것이라고 하니 오히려 파가니니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심정이다.
*파가니니의 재미있는 일화 하나더. 지금까지 소개한 그의 괴팍한 성격이 아닌 따뜻한 마음이 엿보이는 조그마한 일화이다.
영국의 런던 다리에서 1세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 가난한 노인이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행인으로부터 동전을 한두푼 받아 내려고 자기의 낡은 바이올린을 열심히 연주하였으나 누구 하나 멈춰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때 한 낯선 외국 사람이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이 불쌍한 노인을 물끄러미 쳐다 보면서 그의 바이올린 켜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이 외국인이 노인에게 악기를 조율해 보겠다면서 좀 자기에게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얼어붙은 손가락을 하고 있던 이 노인은 기꺼이 악기를 넘겨 주었다.
이 낯선 이는 바이올린을 받아서 낮은 곡조로 구슬픈 가락을 켜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곡조에 매료되어 길을 처음 지나가던 행인이 발길을 멈추고 눈물을 금치 못하며 노인의 헤어진 모자에 페니를 던졌다. 점점 지나가는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그곳을 떠나질 않았다. 노인의 모자는 붉은 동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얼마 안 있어 이 다리는 수천명의 인파로 붐비 고 말았다. 계속해서 노인의 낡은 모자에는 동전이 수북수북 쌓이고 있었다. 이때 "파가니니다! 파가니니다!"하는 말이 이 귀에서 저 귀로 옮아갔다 그는 거장 파가니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