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붕어와 호박
소 뜯기는 아이들의 즐거움은 멱 감는 데 있었다.
멱 감는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붕어 잡는 것이었다.
어쩌다 팔뚝만한 잉어나 민물장어를 잡는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초록의 벼 이파리들이 뜨거운 폭염을 견디며 진한 녹색으로 물들어 갈 즈음
논바닥은 필요량의 수분을 공급치 못해 잦아들기 시작한다.
마을 어른들은 급기야 넘실대는 저수지 물을 방수키로 합의하고 수문을 열면
저수지 가장자리엔 통통한 우렁이(논고동)가 아낙네들의 손길을 행복하게 한다.
얼마쯤 수위가 낮아지면 그야말로 아이들의 천국이다.
물 빠진 저수지 주변은 공놀이 하기가 안성맞춤 이고 얕은 물속엔 고기들이
떼를 지어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제각각의 바케쓰나 바구니에 가득한 미꾸라지나 붕어가 때로는 돼지에게까지
그 몫이 돌아가기도 했다. 물론 엄청 운이 좋은 돼지였겠지만.
아이들이 잡아온 작은 붕어를 어른들은 신 김치에 그냥 감아 먹기도 했다.
거기에 막걸리 한 사발과 뙈 밭에서 따온 매운 고추 뚝 부러뜨러서.
그 시절 여름철 몸보신은 붕어탕이 아니었나 싶다.
대충 손질한 붕어는 약간의 된장을 풀어 한소끔 끓여 낸다.
거기에 갖은 양념과 들깨 무 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것은 호박이다.
붕어엔 호박이 들어가야만 달큼하고 보드랍고 감칠맛 나는 특유한 붕어만의
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밖에 걸어 놓은 작은 솥 가득 끓여 놓고 땀을 뻘뻘 흘리며 후후 불어 잡수시던
고향 어르신들 모습이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생각나는지.
아마도 안치호님의 붕어이야기 때문인 듯 싶다.
그 옆 우물가에선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막걸리 걸러내던 내가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