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아당 . 지젤 - 볼쇼이 발레단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밤도 밤이 아니다 술잔은 향기를 모으지 못하고 종소리는 퍼지지 않는다 그림자는 언제나 그림자 나무는 나무 바람은 영원히 바람 강물은 흐르지 않는다 사랑이 아니라면 겨울은 뿌리째 겨울꽃은 시들 새도 없이 말라죽고 아이들은 옷을 벗지 못한다 머리칼이 자라나고 초생달을 부풀게 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처녀는 창가에 앉지 않고 태양은 솜이불을 말리지 못한다 석양이 문턱에 서성이고 베겟머리 노래를 못 잊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미인은 늙지 않으리 여름은 감탄도 없이 시들고 아카시아는 독을 뿜는다 한밤중에 기대앉아 바보도 시를 쓰고 멀쩡한 사람도 미치게 하는 정녕 사랑이 아니라면 아무도 기꺼이 속아주지 않으리 책장의 먼지를 털어내고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사랑이 아니면 계단은 닳지 않고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커피를 끓어넘치게 하고 죽은 자를 무덤에서 일으키고 촛불을 춤추게 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면 . . 최영미 - 사랑의 힘

by Yuri Bonder Nikon D-100 난 그래. 어떤 꽃잎으로 네 창백한 손톱을 예쁘게 물들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왔어 난 그 꽃잎을 알아내고 싶어했어 에덴동산에서 우리가 함께 지냈을 때, 아세톤으로 매니큐어를 지운 네 손톱은 창백해 보였지 난 그래. 어떤 바람이면 네 엉킨 머릿결을 흩날릴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왔어 넌 늘 혼돈 속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같았어 처음 봤을 때부터 그랬어 넌 무언가를 불안해 하며 숨을 만한 동굴을 찾는 새끼짐승 같았어 겉으로 보이는 너는 언제나 단정하고 예뻤지만, 너를 보면 나는,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 동네에 살던, 수세미 같은 머리를 하고 함부로 싸다니던 미친 여자를 떠올리고는 했어 그래서 나는 너를, 무슨 샴푸 광고에 나오는 아무 걱정없는 여자처럼 신선한 바람결에 정돈된 머릿결을 흩날리며 헬렐레한 표정을 짓는 여자처럼 만들고 싶었어 난 그래. 네 창백한 손톱을 보고는, 나는 내가 네 손톱을 창백하지 않게 만드는 데에 소용이 될 수 있기를 바랐어 어쩐지 힘들어하는 너를 보고는 . . 김한길 - 여자의 남자..에서
출처 : 후니의 마음
글쓴이 : 후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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