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름의 실감/ 유홍준

 

빨래를 널고 있는 아내의 등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안고 싶다, 안아보고 싶다

실감, 한 아름의 실감이여

(허공은 백번 안아보아도 허공!)

가늘고 날씬한 여자는 싫다

아름에 꽉 찬 오동포동한 여자가 좋다

마흔셋, 드디어 나도 실감을 느끼는 나이 실감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다 (너무 조숙한가?)

넘치지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실감이여

흐뭇하다 안아줄수록 좋아하는 실감이

지금 나와 함께 살고 있다

아름답다 실감이 입었던 옷을

하얗게 빨아 너는 아내여

 .......

 미당이 "마흔 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라고 노래했다면, 유홍준은 "마흔 셋, 드디어 실감을 느끼는 나이 실감을 좋아하는 나이"라고 말한다. 이상주의자였거나 관념을 쫓아다니던 사람도 중년에 접어들면 어느 정도 리얼리스트가 되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뒤에서 안을 때 품을 가득 채우는 한 아름의 실감이란 젊은 날에는 잘 알기 어려운 것이다. 실감에 반응하는 또 하나의 실감, 그 한 아름의 우주! (나희덕)

 

..이 시를 읽으면 자꾸 삐질삐질 나오는 웃음을 숨킬 수가 없었습니다.

딱 그 실감이 저만하지 않을까? 하여서요.ㅎㅎ

오메..그렇구나.하였지요.

그러면서 불끈 솟는 제 몸 사랑이 또 얼마나 오지던지요.

시에서 얻는 용기와 위로가 기분 좋아 죽겠습니다.

오만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이 글을 쓰신 유홍준님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쓰신 유홍준님과는 다른 분이십니다.

시인 유홍준님은 화톳불 홍(烘)을 쓰시고, 1962년경남 산청에서 태어나셔서

'나는, 웃는다.'라는 창비시선268번 시집 57쪽에 이 시가 실려 있습니다.

딱 제 몸이 맘에 들어하는 시입니다!ㅎㅎ

 

그리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님은 넓을 홍(弘)을 쓰시고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나셨지요.

두 분 모두 우리 감성에, 우리의 발길에 농밀한, 풍부한 실감을 주시고 계십니다.

출처 : 우리와음악
글쓴이 : 차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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