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 염창권
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둘러 두었다.
그의 귀가 너무 밝아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오늘의 좋은 시> (푸른사상, 2002)-
변산(격포)에 살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염창권 시인이 왔다. 변산 8경을 돌
아보는 중 구암리 고인돌 밭에서 쉬었다. '누가 이불 한번 잘 펴놨군!' 그가 너
스레를 떨었다. 그 이불 위에서 가랑이 넷을 펴고 대(大)자로 누워 한숨씩 잘
잤다. '그대 기다리며 천년을' 잘 수 있도록 덮어 놓은 그 돌이불 위에서 말이
다. 그렇구나. 불멸이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기다림이 없다면 그 사랑 또한
얼마나 불멸의 끔찍한 권태이겠는가. 천 년의 기다림이 있기에 우리 삶 또한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연애.열정.시만 있으면 자살에 이르지 않는
길이라고 '활과 리라'를 쓴 옥타비오 파스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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